토끼화상(진양조)임방울
영덕전(靈德殿) 뒤로 한 신하 들어온다.
은목단족(隱目短足)이요 장경오훼(長頸烏喙)로 구나.
홍배등 에다 방패를 지고 앙금앙금 기어 들어와
국궁재배(鞠躬再拜)를 하더니 마는,
(아니리) 왕에게 상소(上訴)를 가만히 올리거날,
왕이 상소를 받아보니 별주부 자래였다.
상소 보신후 왕이 칭찬 왈,
“네 충성은 지극하나 네가 세상에를 나가면
인간의 진미(珍味)가 된다 허니, 가서 죽으면
그 아니 원통하냐.” 별주부가 여짜오되,
“소신(小臣)의 수족(手足)이 너이라.
강상(江上)에 둥실 높이 떠 망보기를 잘하와,
인간봉폐(人間逢斃)는 없사오되,
해중지소생(海中之所生)으로 퇴끼 얼굴을 몰라오니
화상(畵像)을 그려주면 내 잡아다 바치리이다.”
“얘, 기특고 고맙다. 글랑은 그리 하여라.”
(중중모리) 화사자(畵師者) 불러라.
화사자 불러 들여 토끼화상을 그린다.
동정유리청홍연(洞庭琉璃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硯滴) 오징어로 먹갈려,
양두화필(兩頭畵筆) 덥벅 풀어
단청 채색을 두루 묻혀 이리저리 그린다.
천지명산(天地名山) 승지강산 경개(景槪)
보던 눈 그리고, 난초지초(蘭草芝草) 왼갖
향초(香草) 꽃 따먹든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짖어울 제 소리 듣던 귀 그리고,
봉래(蓬萊) 방장(方丈) 운무중(雲霧中)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만화방창(萬花方暢)
화림중(花林中) 펄펄 뛰던 발 그리고,
백설 강산 치운날 설한풍에 어한(御寒)하던
털 그리고, 두 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댕이 묘뜩, 좌편 청산(靑山)이요
우편은 녹순(綠水)디, 녹수청산에 에굽은
장송(長松) 휘느러진 양류(楊柳) 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금주춤 기는 토끼, 황중토(畵中兎)
얼풋 그려, 아미산월(蛾眉山月) 반륜퇸들
이에서 더할 소냐. 아나 옛다
별주부야 이걸 갖고 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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