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꿈

2019년 10월을 보내며 (Paganini - Sonate No. 2 in D major I. Adagio cantabile)

black silk 2019. 10. 24. 22:00

 

 

 

 

 

간혹 날짜를 쓸때 2019년이 바로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우스게 소리로 치매 아니야? 하기도 하지만

매일 날짜를 쓰고 읽어야하는 일상적 업무를 하는 사람들 아니고서는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몇개의 소회를 쓰다 말고 임시 저장한 글이 두어개 있긴하나

금년처럼 정초에 딱 하나의 소회를 쓴 이후로 10월이 다 가도록 사이가 길어 본 적이 없는것 같다

 

마당엔 가을을 맨 먼저 알리는 크로커스 꽃들이 힘을 잃고

마당 양쪽에 정원석 사이에서 잘 자란 털머위는 노란꽃을 피워 향기가 진동하고 온갖 벌들을 부른다  

어느사이에 모과는 노란색으로 잘 익어 따주기를 바라는듯 하고

제법 정성을 들인 단감나무는 틈실한 열매들이 보기 좋게 매달려있다

단감이라해도 시장에선 숙과를 맛보기 힘들어서 이겠지만 우리집 단감은 네에서 맛있다고 소문나 있다

주황색으로 잘익은 열매들은 관상용으로도 좋아 어지간하면 나무에 매달아 두며 감상한다

 

오전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대문 앞에서 감나무를 올려다 보니 나뭇잎 사이에 족히 수십마리의 새들이 잔치 중이다

며칠전에 1차로 단감을 수확할 때 보니 위쪽의 햇볕이 잘 들고 크고 잘익어서 물러지기 직전의 감들은

거의 모두가  새들이 쪼아서 실컨 먹어버렸다 어른 주먹 만큼씩이나 큰 감들을 새들이 먼저 차지했다

한겨울엔 부러 새들의 모이를 마당에 뿌려 주기도 하는데 감을 먹어 치운것이 무슨 대수냐 싶었는데도

크고 좋은 감들은 모두 새들이 차지하니 오늘은 부화가 난다

 

해서 감을 따기로 하여 사다리를 대고 감을 따면서

나무가지와 열매를 이어주는 꼭지에 전지가위를 넣어 꼭지를 잘라내야 감을 따게된다

보통 생각하기에 그냥 손으로 잡아당기면 딸 수 있을것 같지만 아무리 손으로 잡아 당기거나 열매를 잡고 비틀어

십중팔구 가지가 부러지거나 상하지 감은 가지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사다리에서 간혹은 발이 떨릴 정도로 아스아슬 할때엔 야속한 생각도 든다

 

봄에 꽃을 피워 초여름에 풋열매를 달고 있던 나무가

봄 여름의 비 바람과 금년같은 가을 태풍에도

숱한 꽃과 열매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겠는가? 

오늘의 열매를 지키기위해 나무는 튼튼한 꼭지를 만들어 감을 매달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사다리를 옮겨 고쳐 세우고 정중한 마음으로 감을 땄다

 

오늘의 두번째로 딴 감은 김장때 쓰는 붉은 다라이로 하나 가득하니 그 중 5분의 4는 이웃과 아내의 친구에게도 갈것이니

나무의 노력과 그 결실을 맛있게 먹을 이웃을 생각하면 기꺼운 마음이다

 

절기상 오늘이 상강이니 서리가 내린다는 날이다

이곳은 남녘이라  서리는 나리지 않겠지만 윗녘은 충분히 서리가 내릴 수 있는 날이다

나무는 봄에 새잎을 티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기르는데 한치의 게으름도 없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소낙비를 원료로하여 오늘같이 서리내린다는 상강에는 어김없이 열매를 익혀 완성한다

자기 본연의 일인 자기의 후손 씨(앗)를 퍼트리는 일을 완료한 것이다

  

우주와 지구 대자연의 모든 존재의 근원은 하나요 사람 역시 모든 존재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존재의 같은 근원인 나무에게서 배우고 닮아 산다면 실패하는 인생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2019. 10. 24.  - black silk -

 

 

 

 

Niccolo Paganini - Centone di Sonate, Op. 64, MS 112 : Sonata No. 2 in D major I. Adagio cantab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