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은 집이긴 하나 고운 대리석으로 넓지도 좁지도 않은 테라스가 있어 의자에 앉아 있으면 볕이 좋은날엔 겨울에도 거의 춥지 않고 비오는 날엔 비내리는 마당을 무심히 바라보기도 한다. 일기 예보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아주 나쁘다고 하였으나 남녘이어서 인지 여기 마당엔 고요한 평화가 흐른다. 오늘같이 따사로운 볕에 살랑거리는 바람을 관상하면 자연의 신비를 새삼 느끼게 된다. 겨우네 밟히고 시들었던 마당의 잔디는 새싹을, 지쳐 보이던 화분마다 새순을 올리고 봄의 전령사인 홍매화는 지고, 백 자목련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자두나무의 흰꽃이 가지마다 피어나고 모란의 새싹은 가지마다 부풀고 작약의 고동색 줄기는 힘차게 솟아 오른다. 그뿐인가? 감나무, 모과, 비파 수련 붓꽃...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색을 내고..